모스키노는 왜 '써네이'를 선택했나
로에베 출신의 전임자를 단 48시간 만에 대체한 에페 그룹의 베팅과 모스키노의 절박한 전략에 관하여.
패션계에서 농담이 완벽한 현실이 되는 데에는 단 9개월이 걸렸습니다.
2026년 6월 19일, 모스키노(Moschin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드리안 아피올라자(Adrian Appiolaza)가 2년여 만에 돌연 퇴임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단 48시간 뒤인 6월 21일,
모스키노는 밀라노 패션위크 지형의 'UFO'라 불리던 써네이(Sunnei)의 두 창업자, 로리스 메시나(Loris Messina)와 시모네 리조(Simone Rizzo)를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즉각 임명했습니다.

패션 업계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이 바통 터치는 단순한 디자이너 교체가 아닙니다. 이것은 위기에 빠진 하우스가 던지는 '가장 급진적인 구조 요청'이자, 팝과 풍자라는 모스키노의 오리지널 DNA로 돌아가겠다는 맹렬한 선언입니다.

패션이 자본을 조롱할 때
이 임명이 그토록 소름 돋는 이유는 두 창업자가 써네이를 떠나던 마지막 순간 때문입니다. 2015년 밀라노에서 비전공자 두 명이 겁 없이 창업한 써네이는 지난 10년간 비관습적인 포맷과 풍자적인 런웨이로 밀라노의 이단아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모델들이 관객 위로 크라우드 서핑을 하거나, 관객에게 점수판을 쥐여주며 쇼 자체를 평가하게 만들었죠.

그리고 2025년 9월, 이들의 SS26 마지막 쇼는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Christie's)를 패러디한 형태로 열렸습니다. 거대한 나무 상자 속에서 첫 번째 경매품으로 써네이 로고가 등장했고, 이어 두 번째 경매품으로 창업자인 메시나와 리조 본인이 직접 걸어 나왔습니다. 패션 창의성이 어떻게 투기적 자본으로 전락했는지를 매섭게 비꼰 퍼포먼스이자, 브랜드의 청산을 알리는 마지막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9개월 뒤, 스스로를 경매 매물로 올렸던 이 두 사람은 실제로 거대 패션 하우스인 모스키노의 모회사 에페(Aeffe) 그룹에 '낙찰'되었습니다. 패션이 자기 자신을 예언한, 블랙 코미디 같은 현실입니다.
로에베의 유머가 안 통했다
전임자 아드리안 아피올라자는 로에베(Loewe)에서 조나단 앤더슨의 지적 유머와 크래프트 비평을 철저히 학습한 엘리트 디자이너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정제된 노멀코어와 조용한 럭셔리식 접근은 모스키노라는 과장된 무대 위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비평가들의 박수는 받았을지언정, 시장의 지갑을 열지는 못한 것입니다.

반면, 모스키노의 창립자 프랑코 모스키노(Franco Moschino)는 '팝을 단순한 미학이 아닌 비평적 도구'로 사용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고, 급진적인 철학을 가장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쏟아내던 그의 태도는 써네이가 지난 10년간 보여준 '풍자적 런웨이'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에페 그룹이 로에베의 우아한 지성 대신, 써네이의 날 선 스트리트 감각과 바이럴 에너지를 택한 것은 모스키노의 잃어버린 야성을 되찾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습니다.

48시간의 승부수
이 모험적인 임명 이면에는 에페 그룹의 서늘한 재무적 위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기준, 에페 그룹의 매출은 전년 대비 25.4% 급감했고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며 '협상된 위기 해결 절차'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브랜드 매각설까지 감도는 팽팽한 재정적 긴장 속에서, 얌전하고 점진적인 브랜드 리빌딩은 사치입니다. 에페에게는 당장 내일 소셜 미디어를 장악하고 대중을 열광시킬 '충격 요법'이 필요했습니다. 디자이너 퇴임 단 4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공동 CD 임명을 발표하며 패션위크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한 이 기민한 전략은, 모스키노가 다시금 게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절박하고도 강력한 신호입니다.

에디토리얼 스몰 토크
2026년 9월을 주목하라!
B2B 마켓에서 한동안 구매 리스트 밖으로 밀려나 있던 모스키노가, 써네이 특유의 직관적이고도 참여형인 패션 언어를 입고 어떻게 상업적인 파급력을 만들어낼지가 다음 시즌 바잉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투기가 된 창의성
써네이의 마지막 SS26 컬렉션에서 창업자 스스로가 'Lot 2'로 경매 단상에 올랐던 퍼포먼스는 단순한 쇼가 아니었습니다. 9개월 후 모스키노에 전격 합류하며, 자본주의 패션 시스템을 조롱했던 그들의 농담은 패션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모스키노의 '매운맛'
전임 디렉터는 요즘 가장 핫한 하우스인 '로에베(Loewe)'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미술품처럼 고상하고 지적인 컬렉션을 선보였죠. 하지만 모스키노는 본래 세상을 대놓고 조롱하고 비꼬는 '마라맛' 브랜드입니다. 점잖고 우아한 엘리트의 방식으로는 모스키노 특유의 '똘끼'를 살려낼 수 없었던 겁니다. 결국 에페 그룹이 점잖은 모범생을 내보내고, 기꺼이 런웨이를 난장판으로 만들 '이단아' 써네이를 데려온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