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의 진화와 일본 인디 러닝씬의 부상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 중인 On의 하이엔드 퍼포먼스 전략과 일본의 '인디 러닝 브랜드' 생태계.
기록 대신 '크루(Crew)'
과거의 러닝이 초시계와 싸우는 고독한 '경쟁'이었다면, 2026년의 러닝은 나를 표현하고 커뮤니티와 연대하는 가장 힙한 '문화'이자 '패션'이 되었습니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글로벌 최전선에는 스위스의 온(On)이 있고, 아시아의 로컬 최전선에는 일본의 인디 러닝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스포츠웨어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장르로 자리 잡은 '러닝 패션'의 현주소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짚어봅니다.

퍼포먼스가 라이프스타일
가장 먼저 글로벌 스탠다드를 바꾼 것은 On입니다. 2026년 1분기 사상 최초로 매출 8억 스위스 프랑(CHF)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증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On이 억지스러운 패션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마케팅은 철저히 '기술과 혁신'입니다.

봉제선 없는 로봇 생산 (LightSpray™)
스위스 취리히에 이어 한국 부산에 두 번째 로봇 공장을 열며, 단 몇 분 만에 스프레이로 어퍼를 쏘아 만드는 혁신을 상용화했습니다.

하이엔드와의 교차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금상을 수상한 젠데이아(Zendaya) 캠페인, 조나단 앤더슨의 로에베(Loewe)와의 성공적인 협업, 그리고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가벼움의 연구' 전시까지.

On은 억지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척하지 않았습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기술력을 가장 세련된 시각적 언어로 포장해 내며, '기능이 곧 가장 훌륭한 패션'임을 전 세계에 입증했습니다.

일본 로컬 마켓의 지각 변동
On이 열어젖힌 '컬처 드리븐(Culture-driven) 러닝'의 파도는 일본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형태로 로컬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러닝 마켓은 2025년 기준 4,200억 엔 규모로 폭풍 성장 중입니다. 도심 젊은 층을 중심으로 '러닝 크루' 문화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대형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가라지(Garage) 브랜드', 이른바 인디 러닝 브랜드들이 씬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크루의 정체성이 옷이 되다
엘도레소(ELDORESO), 마운틴 마셜 아츠(MOUNTAIN MARTIAL ARTS), 라노(ranor) 같은 로컬 기반의 인디 브랜드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러너 자신이 직접 필요에 의해 제품을 개발하며 '사용자=생산자'가 된 케이스입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획일화된 로고 대신, 독창적인 디자인과 하이패션 감각을 섞은 러닝 캡, 쇼츠 등을 통해 크루의 소속감과 개인의 개성을 동시에 뽐내는 것이 일본 2030 러너들의 새로운 룰이 되었습니다. 뉴욕 브루클린 발 컬처 러닝 브랜드 '밴딧 러닝(Bandit Running)'이 2025년 7월 일본에 전격 상륙한 것도 이 씬의 폭발력을 방증합니다.

다음 폭발 지점: HYROX
러닝을 기반으로 한 다음 트렌드의 진원지는 하이록스(HYROX)입니다. 1km 러닝과 8종의 워크아웃을 교대로 수행하는 이 실내 피트니스 레이스는 이미 2026년 기준 전 세계 참가자 90만 명을 넘겼습니다.
국내에서도 샤이니 민호 등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하며 화제를 모은 하이록스는, 단순한 체력장을 넘어 '참가자들의 화려한 패션 경연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푸마(PUMA)가 발 빠르게 글로벌 파트너로 나서 전용 어패럴을 기획할 만큼, 기능성과 트렌디한 핏을 결합한 하이록스 웨어는 러닝 코어(Running-core) 다음의 메가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무 바이어를 위한 소싱 인사이트
'커뮤니티'를 바잉하라
이제 편집숍 바이어들이 러닝 카테고리를 소싱할 때 기능성만 봐서는 안 됩니다. 일본의 엘도레소나 브루클린의 밴딧 러닝처럼, 그 브랜드 뒤에 '어떤 문화와 커뮤니티가 존재하는가'가 세일즈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되었습니다.
라이프스타일과 퍼포먼스의 경계 붕괴
On이 증명했듯, '운동용'과 '일상용'을 구분하는 바잉은 구시대적입니다. 출근길 슬랙스에 믹스매치해도 완벽히 어울리는 구조적인 실루엣과 압도적인 기술력(소재)을 동시에 갖춘 하이엔드 테크니컬 기어에 집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