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김의 권력, 킨(KEEN)

도심형 고프코어를 평정한 킨, 아웃도어의 강박을 벗고 믹스매치의 정점이 되다.

못생김의 권력, 킨(KEEN)

철저히 기능에만 집착해 빚어낸 투박한 고무 덩어리. 2003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처음 등장한 샌들 '뉴포트(Newport)'는 하이패션의 정제된 미감과는 완벽하게 동떨어진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2026년 현재, 이 기묘하고 투박한 샌들을 만든 브랜드 킨(KEEN)은 일상과 아웃도어의 경계를 허무는 가장 현실적이고 쿨한 고프코어 슈즈로 글로벌 마켓에 안착했습니다. 예뻐 보이려는 강박을 포기한 대가로 얻어낸 극단적인 실용성이, 어떻게 무거운 등산화를 밀어내고 여름 시즌 리테일을 완벽하게 장악했는지 그 비즈니스 구조를 해부합니다.


산에 안 가도 괜찮다는 틈새

고프코어 트렌드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시장의 언어가 바뀌고 있습니다. 킨은 이 변화를 가장 솔직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재스퍼 지오닉(Jasper Zionic)' 캠페인에서 킨은 굳이 산에 가지 않아도 이 신발을 신을 수 있다는 걸 브랜드 스스로 내세웠습니다. 억지스러운 아웃도어의 진정성은 덜어내고,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쓸모를 쿨하게 인정해버린 것이죠.

이들의 진짜 영리함은 '믹스매치'의 틈새를 공략했다는 데 있습니다. 무거운 등산화의 강박을 버리고, 하늘거리는 원피스나 미디스커트 아래에 투박한 킨을 툭 걸쳐 신는 식입니다. 킨은 딱 그 지점, 일상복과 아웃도어 사이 힘을 뺀 '도심형 고프코어'의 빈 공간을 확실하게 점유하고 있습니다.

여름을 지배하는 두 개의 언어

킨의 여름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두 개의 시그니처 모델이 이끕니다.

뉴포트(Newport): 기능파 어글리 샌들의 완성
버켄스탁이 샌들의 멋을 증명하고 크록스가 어글리 폼의 문을 열었다면, 뉴포트는 이 흐름의 '최종 기능파' 버전입니다. 강물에 뛰어들고 산을 올라도 되는 완벽한 유틸리티. 언제 어디서든 신을 수 있는 '전천후 어글리 샌들'의 표본으로, 데일리 웨어와 캠핑룩을 오가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든든한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유니크(UNEEK): 2코드 혁명이 만든 기묘한 중독성
두 개의 끈(Cord)과 하나의 밑창. 처음 보면 이상하지만, 신는 순간 발 모양에 맞춰 변형되는 극단적인 편안함에 중독됩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유니크는 완벽한 '도시 라이프스타일 패션템'으로 폭발했습니다. 기능성 샌들이지만 에지 있는 디자인 덕분에 다양한 룩과 쉽게 매칭되며 여름 시즌의 에센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본에서 설계된 감도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중 킨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도쿄에 위치한 도쿄 디자인 센터(Tokyo Design Center) 때문입니다. 수석 디자이너 야마자키 코헤이의 지휘 아래 아시아 시장 특유의 뾰족한 패션 감도를 내부에서 직접 설계합니다.

이러한 감도는 핏이 맞는 영리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이어집니다. 고프코어의 핵심인 그라미치(Gramicci)와 만나 '대마(Hemp)' 소재의 뉴포트 레트로 샌들을 출시했고, 방콕 기반의 서스테이너블 레이블 스페이스 어베일러블(Space Available)과 손잡고 아시아 패션 씬 내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아시아 마켓에서 먼저 '패션 슈즈'로 자리를 잡고 그 감도를 확장해 나가는 킨 특유의 생태계입니다.


시장이 먼저 말하고 있다

브랜드의 방향이 맞다는 건 시장이 먼저 말해줍니다. 올 2월, 글로벌 패션 미디어들이 킨 스니커 특집을 쏟아냈을 때 공통적으로 붙은 수식어가 있었습니다 — "모든 곳에서 매진됐다." 패션 에디토리얼이 나온 직후 재고가 사라지는 속도. 이것이 킨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지표입니다.

콜라보가 그 다음을 말합니다. 지난해 그라미치(Gramicci)와 두 번째 협업으로 내놓은 헴프 소재 뉴포트 레트로는 일본 시장에서 반복 히트를 기록한 조합입니다. 킨 도쿄 디자인 센터 수석 디자이너 야마자키가 직접 "헴프 뉴포트는 일본에서 반복적으로 히트한 마스터피스"라고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두 브랜드는 고프코어-어반 크로스오버 카테고리의 소비자를 공유합니다. 같은 선반 위에 놓였을 때 서로를 강화하는 조합입니다. 올해 4월에는 방콕 기반 서스테이너블 레이블 스페이스 어베일러블(Space Available)과 유니크 360 콜라보를 냈습니다. 아시아 패션씬에서 킨의 입지를 굳히는 연속된 움직임입니다.

콜라보 파트너의 지도를 보면 킨의 전략이 선명해집니다. 일본에서 먼저 패션화하고, 아시아 레이블과 협업하며 확장하고, 그 감도를 글로벌로 내보냅니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아시아 시장에서 패션 브랜드로 다시 읽히는 구조입니다.

고프코어가 성숙해질수록 브랜드 선택의 기준은 바뀝니다. 하입이 식은 자리에서 살아남는 건 진짜 기능이 있는 브랜드들입니다. 킨이 딱 그 자리에 있습니다. 산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먼저 말해버린 브랜드. 올여름, 매장 선반에 킨이 없다면 그건 미리 채우지 못한 빈자리입니다.


알아두면 좋은 브랜드 스토리

못생긴 토캡의 진짜 이유
뉴포트 샌들의 아이코닉하고 투박한 고무 토캡은 원래 "세일링 보트 위에서 선원들의 발가락이 밧줄에 걸려 다치지 않도록" 설계된 생존용 디테일이었습니다. 철저히 기능에서 출발한 디자인이 결국 특유의 미학으로 진화한 셈입니다.

유니크(UNEEK)는 진짜 끈 두 개다
신발의 외피를 덮고 있는 구조물은 장식이 아닙니다. 유니크는 실제로 두 가닥의 끈을 밑창에 통과시켜 짠 구조입니다. 걸을 때마다 끈의 장력이 변하며 신는 사람의 발 형태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되는 편안함의 비밀이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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