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와 웨딩까지 점령한 버켄스탁
디올, 스투시, 레페토, 다니엘 프랑켈과 협업하며 기능을 버리지 않고 하이패션 영역을 확장한 비결.
디올(Dior)이 럭셔리를, 스투시(Stüssy)가 스트리트를 얹고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레페토(Repetto)가 발레를, 다니엘 프랑켈(Danielle Frankel)이 브라이덜(웨딩)을 입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상반된 미학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발바닥이 닿는 코르크 풋베드의 구조는 단 1밀리미터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버켄스탁(Birkenstock)은 패션 트렌드에 편승해 살아남은 컴포트 슈즈가 아닙니다. 패션이 새로운 언어를 요구할 때마다, 변하지 않는 하나의 풋베드 위에 그 시대의 감성을 번역해 온 가장 기이하고도 강력한 브랜드입니다.

기능을 포기하고 장식을 택한 것이 아니라, 기능을 끝까지 쥐고 적용 범위를 넓혀버린 버켄스탁의 2026년 마켓 인사이트를 해부합니다.

샌들 회사의 룰이 깨지다
이제 버켄스탁을 '여름용 아리조나(Arizona) 샌들 회사'로 부르는 것은 완전히 틀린 말입니다. 최근 이들의 겨울 시즌 매출의 60% 이상이 앞코가 막힌 '클로즈드 토(Closed-toe)' 제품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특히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은 보스턴(Boston) 클로그는 반짝 유행이 아닌, 반세기를 버텨온 클래식 실루엣으로서 완벽한 사계절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버켄스탁은 이미 사계절 내내 팔리는 하우스 브랜드로 진화했습니다.

1774 스튜디오
파리에 위치한 버켄스탁의 프리미엄 협업 스튜디오 '1774'는 유명 디자이너에게 버켄스탁을 마음대로 뜯어고치게 내어주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디자이너를 버켄스탁의 고집스러운 풋베드 위로 올라서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이들의 협업은 '아름다움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관습이 된 영역'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Repetto (발레의 불편함을 깨다)
걷는 발을 연구한 버켄스탁과 춤추는 발을 연구한 레페토의 만남. 얇고 평평해 지지력이 부족한 발레 플랫의 고질적인 약점을 묵직한 코르크 풋베드로 보완하며 완벽한 '발레코어'를 완성했습니다.

Danielle Frankel (웨딩의 고통을 깨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하루 종일 고통을 참아야 했던 웨딩 슈즈에 '편안함'을 이식했습니다. 의식이 끝난 후 피로연과 일상까지 살아남는 웨딩 슈즈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습니다.

바이어를 위한 소싱 앵글
홀세일 마켓에서 버켄스탁의 공급 전략은 확장이 아닌 '선별과 통제'로 굳어졌습니다. 편집숍 바이어들은 다음 앵글에 집중해야 합니다.
클로즈드 토(Closed-toe)
미끼용 저가 샌들의 비중을 줄이고, 보스턴(Boston) 50주년 헤리티지 에디션이나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한 4시즌용 슈즈를 선점해야 합니다.
서사와 희소성의 큐레이션
버켄스탁 본사는 '모든 매장에 모든 제품'을 뿌리지 않습니다. 매장이 버켄스탁을 얼마나 프리미엄하게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는지 증명하고, 가격 할인이 아닌 서사로 팔 수 있는 스페셜 에디션 물량을 쟁취해야 합니다.

💡EDITORIAL SMALL TALK
패소조차 훈장이 된 오리지널리티
2025년 독일 법원은 버켄스탁 샌들을 "저작권법상 예술 작품이 아니다"라고 판결했습니다. 그 형태가 예술적 자유나 심미적 목적이 아니라, 철저히 '기능적 요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유입니다. 재판에서는 졌지만, 사실 이것은 252년 역사의 핵심을 가장 완벽하게 증명한 사건입니다. 패션 아이콘이 된 신발이 법적으로는 끝까지 뼈대 깊은 '기능성 장비'로 남은 셈이니까요. 기능을 절대 타협하지 않은 이 하나의 신발을 설명하기 위해, 지금 패션계가 끝없이 럭셔리와 아방가르드의 언어를 빌려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