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FW26 럭셔리 트렌드

퍼플, 타탄, 시어링 등 런웨이를 지배한 6대 핵심 트렌드 정리.

다시 읽는 FW26 럭셔리 트렌드

패션 캘린더에서 7월 말은 꽤 특별한 긴장감이 도는 시기입니다.

FW 시즌의 실물 제품들이 드디어 매장에 깔리기 시작하는 타이밍이기 때문인데요, 'Pimland' 캘린더가 "7월은 FW26 입고의 첫 신호"라고 명시한 것처럼, 지금은 런웨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실제 '매출'과 '셀스루'로 번역되는 첫 번째 시험대입니다.

네타포르테(NET-A-PORTER)의 수석 바잉 디렉터 브리짓 샤르트랑(Brigitte Chartrand)은 이번 시즌을 "극단적인 트렌드에서 벗어나, 웨어러블하면서도 럭셔리한 텍스처로 균형을 잡은 시즌"이라고 요약했습니다.

버버리, 막스마라, 그리고 런웨이를 지배한 6가지 핵심 트렌드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가 당장 확인해야 할 것들을 짚어봅니다.

Burberry FW26

"자정의 런던, 트렌치가 모든 것이 됐다"

다니엘 리(Daniel Lee)가 이끄는 버버리의 4년 차, 그의 크리에이티브 비전은 마침내 확고해졌습니다. 지난 시즌의 목가적인 로맨스를 버리고, 이번에는 런던의 옛 생선 시장인 올드 빌링스게이트(Old Billingsgate)에 런웨이를 세우며 '자정의 런던(도시 무드)'으로 속도를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핵심은 역시나 '트렌치'였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트렌치가 아닙니다. 건플랩이 러플로 폭발하는 아이보리 트렌치부터 구겨진 실크, 패치워크 시어링, 그리고 다니엘 리 본인이 가장 아낀다는 '런던 지도가 새겨진 레더 트렌치'까지. 트렌치코트 하나를 도화지 삼아 과잉과 여유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습니다.

관전 포인트
도이치뱅크가 최선호주로 꼽을 만큼 버버리의 3분기 신호는 긍정적입니다. 9월 런던 패션위크 복귀 쇼가 예정된 지금, 7월에 입고된 '런던 지도 트렌치' 같은 아카이브 기반 디자인들이 매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느냐가 하반기 모멘텀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Max Mara FW26

"보드룸의 여왕, 코트가 갑옷이 되다"

막스마라는 브랜드의 고향(레조 에밀리아)을 지배했던 11세기 중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마틸데 디 카노사(Matilde di Canossa)'를 뮤즈로 삼았습니다. 그녀를 전장의 여전사가 아닌, 2026년 이사회의 두려움 없는 승리자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이 브랜드의 진짜 무기는 결국 '소재'입니다.

캐멀, 캐시미어, 알파카, 모헤어, 더블 페이스 등 가장 아이코닉하고 귀한 소재들로 지어진 건축적인 코트는 그 자체로 압도적인 크래프트맨십의 결과물입니다. 기성복 브랜드가 쿠튀르 위크에서 아틀리에 라인을 선보이며 '코트의 가치'를 쿠튀르 급으로 격상시킨 것, 이것이 막스마라가 코트를 대하는 오만한 자신감입니다.

2. FW26 런웨이가 증명한 트렌드

① 컬러의 제왕, 퍼플(Purple)
끌로에, 페라가모, 로에베 등 모든 쇼에서 보라색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셀린느(Celine)는 퍼플 레더 트렌치에 레드 액세서리를 매치하며 대담한 팔레트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② 트레인(Train)의 일상화
디올의 레이어드 튜튜 스커트, 알렉산더 맥퀸의 오르간자 트레인처럼 드레스 끝자락이 길게 끌리는 '드라마틱한 실루엣'이 런웨이를 넘어 실생활의 언어로 녹아들었습니다.

③ 디지털 시대의 반격, 촉각.
"만질 수 없는 디지털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촉각이 가장 중요해집니다." 두꺼운 페이크 퍼, 트위드, 아티즈널 패치워크 등 사진으로는 결코 질감이 다 담기지 않는 텍스처 중심의 아우터가 대거 쏟아졌습니다.

④ 모두가 약속한 듯, 타탄 체크
버버리(브리티시)는 당연하고, 전혀 다른 결을 가진 끌로에(프렌치)와 아크네 스튜디오(스칸디나비안)까지 동시에 타탄과 체크보드를 선택했습니다. 체크가 특정 브랜드의 코드를 넘어 FW26 시즌 자체의 언어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Acne Studios

⑤ 비율을 대체한 '오버사이즈 볼륨 코트'
로에베와 루이 비통이 코트의 볼륨을 과감하게 키웠습니다. 스키니한 실루엣을 밀어내고, 슬림한 테일러링 위에 걸치는 거대한 '조각적 코트'와 푹신한 '시어링 라이닝'이 메인 스트림을 차지했습니다.

⑥ 스커트 수트와 파워 숄더의 더블다운
지난 시즌 복귀를 알렸던 스커트 수트가 FW26에서 80년대식 거대한 파워 숄더를 장착하고 한층 더 강력하게 돌아왔습니다.

The Row / Tom Ford Fall-Winter 2026 Collection

리테일 바이어 앵글 체크 포인트

체크 포인트 1
스크린이 담지 못하는 '촉각'의 무기화

이번 시즌 아우터웨어의 공통어는 '만져봐야 아는 옷'입니다. 시어링, 아티즈널 패치워크, 두꺼운 페이크 퍼, 더블 페이스 울 등 사진으로는 절대 질감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촉각적 소재들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체크 포인트 2
'퍼플·타탄·시어링'이 만나는 교집합


쏟아지는 런웨이 트렌드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은 메가 키워드는 '퍼플 컬러', '타탄 체크', '시어링 소재' 세 가지입니다. 만약 이 세 키워드 중 두 가지 이상이 하나로 수렴된 피스가 있다면, 그것이 FW26 시즌의 감도를 가장 밀도 있게 압축한 마스터 피스입니다.

Hermès Menswear Fall/Winter 2026/27

💡EDITORIAL SMALL TALK


1,000년의 역사를 입은 코트

막스마라가 이번 시즌 뮤즈로 삼은 '마틸데 디 카노사'. 그녀는 단순한 영감의 대상이 아니라 1046년에 태어나 "알프스 북쪽에서 교황을 대면한 유일한 여성"으로 기록된, 중세 이탈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쥐었던 실존 인물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막스마라의 본거지인 '레조 에밀리아' 출신이라는 점이죠. 이탈리아 최고의 코트 메이커가 천 년 전 같은 땅을 지배했던 여성을 2026년의 '보드룸(이사회)의 여왕'으로 불러낸 것. 우리가 입는 코트 한 벌에 천 년의 서사가 담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럭셔리가 소재를 넘어 스토리를 파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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