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서 온 4개의 넥스트 기어
넥스트 아웃도어 브랜드는? 하이엔드 테크웨어 4곳.
그래서 그다음은?
거리를 휩쓴 고프코어 트렌드 덕분에 이제 아크테릭스(Arc'teryx)와 살로몬(Salomon)은 힙스터들의 교복을 넘어 365일 일상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아우터와 트레일 러닝화를 신기 시작할 때, 트렌드의 최전선은 언제나 '그다음(Next)'을 찾기 마련입니다.

진짜 산꾼들과 알피니스트 사이에서는 이미 전설이지만, 패션 씬에는 이제 막 매력적인 이방인으로 등장한 이름들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돌로미티와 알프스, 그리고 체코의 험준한 산맥에서 태어난 네 개의 브랜드.
럭셔리 하우스들이 이제야 떠들기 시작한 '퍼포먼스 패브릭'과 '초경량'의 미학을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완성해 온, 진짜배기 유럽 아웃도어 기어들을 소개합니다.

Montura (몬투라)
에르노(Herno)가 선택한 이탈리아 알파인 테크
아웃도어 브랜드 몬투라를 이야기할 때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이 브랜드를 이끄는 '자본의 성격'입니다. 2021년, 이탈리아의 럭셔리 아우터웨어 에르노(Herno)의 CEO 클라우디오 마렌지는 페라리 지주회사인 아녤리 가문의 자본(Exor)과 손잡고 몬투라에 1억 유로를 베팅했습니다.

왜 쿨한가?
마렌지는 과거 에르노를 하이엔드 럭셔리로 성공적으로 리포지셔닝한 인물입니다. 그가 몬투라의 '극강의 기술력'을 '도시적인 미학'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5가지 소재를 인체공학적으로 결합해 카테고리의 룰을 바꿨던 몬투라의 '버티고(Vertigo) 팬츠'가, 조만간 가장 세련된 럭셔리 워크레저 피스로 거리를 활보하게 될 것이란 뜻입니다.

Karpos (카르포스)
2026 올림픽이 증명할 돌로미티의 지배자
도마뱀 발자국을 로고로 쓰는 카르포스는 2007년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 기슭에서 탄생했습니다. "어떤 표면이든 자유롭게 오를 수 있다"는 모토처럼, 엘리트 선수들과 산악 가이드들이 눈밭을 구르며 피드백을 주고받아 만든 혹독한 환경의 결과물입니다.

왜 쿨한가?
당장 올해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에서 스키알피니즘(Ski-alpinism)이 정식 종목으로 치러집니다. 카르포스는 바로 이 종목의 이탈리아 국가대표 공식 공급사입니다. 패션으로 소비되기 이전에 올림픽 무대에서 국가대표들의 유니폼으로 먼저 시각적인 증명을 마칠 브랜드. 자체 개발한 방풍 원단(K-Shell)의 정교한 바디맵핑 실루엣은 기능이 어떻게 곧 디자인이 되는지 보여줍니다.

Crazy (크레이지)
여성 스키 선수가 쏘아 올린 '퍼포먼스의 패션화'
"산에서 입는 옷은 왜 다 칙칙하고 재미없는 검은색 벌키 재킷뿐일까?" 1989년, 이탈리아의 여성 스키 선수 발레리아 콜투리(Valeria Colturi)는 이 불만에서 출발해 직접 브랜드를 세웠습니다. 브랜드의 DNA 자체가 처음부터 "최고의 혁신적인 산악 의류를 만들되, 무조건 예뻐 보여야 한다"는 도발적인 선언이었습니다.

왜 쿨한가
스포츠웨어의 기술력과 패션의 미학이 결합하는 '스포츠마트(Sportsmart)' 트렌드의 완벽한 원형입니다. 여성을 위한 뷰티·액티브웨어 브랜드들이 흔히 갖는 "내가 입고 싶어서 만들었다"는 진정성 있는 서사를 품고 있습니다. 묵직한 아웃도어 씬에서, 라이크라 소재를 활용해 신축성과 가벼움, 화려함을 동시에 구현하는 특유의 '크레이지'한 바이브는 지금 가장 신선한 대안입니다.

Direct Alpine (다이렉트 알파인)
95% Made in EU, 고치며 입는 쿨함
2005년 체코 리베레츠에서 클라이머들이 모여 만든 소수 정예 브랜드입니다. 로고 플레이나 화려한 마케팅 대신,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순환(Circular)'입니다. 전체 제품의 95% 이상을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유럽 내에서 깐깐하게 생산합니다.

왜 쿨한가
"3년 보증, 그리고 이후에도 오리지널 소재로 끝까지 고쳐드립니다." 이 무식하리만치 정직한 원칙이야말로 2026년 현재 가장 하이엔드적인 마인드셋입니다. 옷을 소비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장인들이 최고급 멤브레인(Gelanots)으로 지은 옷을 수리해가며 낡혀 입는 것. 파타고니아의 '원 웨어(Worn Wear)' 철학에 유럽의 정교함을 더한, 가장 지적인 형태의 고프코어입니다.

💡EDITORIAL SMALL TALK
무게(Gram)가 럭셔리가 된 시대
최근 루이 비통(LV)은 300그램짜리 초경량 재킷을 내놓으며 이름 자체를 아예 'Drop 300'이라 명명했습니다. 이제 하이엔드 씬에서 '가벼움'은 그 자체로 가장 비싼 프리미엄 스펙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방금 소개한 유럽의 알파인 브랜드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어떻게 하면 단 10그램이라도 더 줄일까"를 목숨 걸고 연구해 온 '경량화의 오리지널'들이라는 점입니다. 럭셔리 하우스들이 이제야 스토리를 부여하기 시작한 퍼포먼스의 기원, 그것이 이 투박한 브랜드들이 지금 가장 세련돼 보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