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감성에 서울을 새기다, 노앙
NOHANT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14년 차 글로벌 리테일 경쟁력 분석.
2012년 론칭한 노앙(NOHANT)은 파리지앵의 자연스러운 우아함에서 영감을 받은 ‘브런치 룩(Brunch Look)’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왔습니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 그리고 남녀 모두가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 실루엣이 브랜드의 출발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적인 감도를 추구하면서도 브랜드가 출발한 서울과 한국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디자인 자산으로 활용해 왔다는 것입니다. 한글과 영문을 결합한 도시 그래픽부터 위트 있는 타이포그래피까지, 익숙한 요소를 낯설게 조합하는 방식은 노앙을 설명하는 중요한 디자인 언어가 되었습니다.
2012년 론칭 이후 14년간 브랜드를 이어온 노앙의 핵심 아이덴티티와 리테일 관점에서 참고할 만한 경쟁력을 살펴봅니다.

브랜드의 시작
노앙(NOHANT)이라는 이름은 디자이너 남노아(Noah Nam)의 이름을 프랑스식으로 발음한 데서 출발했습니다.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핵심 콘셉트는 ‘브런치 룩’입니다. 파리지앵 특유의 모던함과 심플함, 편안한 우아함을 일상복으로 풀어내겠다는 의미입니다.

클래식에 기반한 테일러링
노앙이 오랜 시간 유지해 온 디자인의 중심에는 클래식이 있습니다.
트렌치코트와 재킷 등 전통적인 아이템을 여유로운 실루엣으로 풀어내며 일상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안합니다. 캐주얼한 아이템과 테일러링을 한 컬렉션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 역시 노앙의 특징입니다.
유행에 따라 실루엣을 크게 바꾸기보다 브랜드가 추구해 온 모던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꾸준히 이어간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상품 구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유니섹스(Unisex) 핏
노앙은 론칭 초기부터 유니섹스 레디투웨어를 브랜드의 핵심으로 전개해 왔습니다.
남녀 모두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여유로운 핏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구성하며, 하나의 상품을 다양한 고객층에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바이어 입장에서도 성별에 따라 상품군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보다 하나의 스타일을 여러 고객층에 제안할 수 있어 재고와 매장 구성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 구조
노앙은 한남 플래그십과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직접 운영하는 동시에 무신사, 29CM를 비롯한 외부 온라인 채널과 해외 플랫폼을 통해서도 소비자 접점을 넓혀 왔습니다.
자체 채널에서는 브랜드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컬렉션을 보여주고, 외부 플랫폼에서는 보다 넓은 고객층과 만나는 구조입니다.
하나의 판매 채널에 집중하기보다 브랜드 공간과 주요 온라인 플랫폼을 함께 활용한다는 점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유통 전략을 살펴볼 때 참고할 만한 부분입니다.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되는 스타일링
노앙의 감성은 격식을 갖추면서도 편안한 일상복과 맞닿아 있습니다.
파자마 셔츠나 트레이닝 셋업처럼 편안한 아이템을 재킷, 트렌치코트 등 클래식한 아우터와 함께 스타일링합니다. 캐주얼과 클래식을 자연스럽게 섞는 방식은 노앙이 이야기하는 ‘브런치 룩’의 편안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특정 상황에 한정된 옷보다 출근과 주말, 여행 등 다양한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상품 구성의 확장성을 높입니다.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노앙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시킨 또 다른 요소는 타이포그래피입니다.
‘LONELY/LOVELY’는 노앙을 대표하는 그래픽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남노아는 주변 사람들이 “외롭다(Lonely)”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가 철자 하나만 달라져도 “사랑스러운(Lovely)”이라는 뜻으로 바뀐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한 로고 플레이를 넘어 일상적인 언어의 작은 차이를 위트 있는 패션 그래픽으로 바꾼 것입니다. 해당 그래픽은 티셔츠와 스웨트셔츠 등 다양한 제품을 통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노앙의 LOVE CITY 시리즈 역시 한글과 영문을 결합해 도시의 이름을 새로운 그래픽으로 표현하며 브랜드의 디자인 언어를 확장한 사례입니다.

바이어를 위한 소싱 인사이트
‘서울’이라는 출신지를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
LOVE CITY 사례처럼 지역적 정체성을 숨기기보다 해외 소비자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래픽과 디자인으로 변환하는 방식에 주목할 만합니다. 로컬 요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다른 문화권의 소비자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 브랜드의 차별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픽 상품을 진입 아이템으로 활용
브랜드 세계관 전체를 한 번에 판매하기보다 타이포그래피 티셔츠나 스웨트셔츠처럼 직관적인 제품을 입문 상품으로 활용하고, 이후 아우터와 팬츠 등 레디투웨어로 관심을 확장시키는 상품 구성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4년간 이어진 브랜드 운영력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트렌드형 브랜드와 달리, 브런치 룩과 유니섹스 실루엣, 타이포그래피라는 핵심 디자인 언어를 장기간 유지해 왔다는 점은 바잉 과정에서 브랜드의 지속성을 판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 EDITORIAL SMALL TALK
파리에서 출발한 감도, 서울에서 완성된 언어
노앙의 출발점은 파리지앵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브런치 룩’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든 것은 서울과 한글, 그리고 LONELY/LOVELY처럼 일상의 언어를 비트는 노앙만의 방식이었습니다. 유럽의 미학을 그대로 모방하는 대신 외부에서 얻은 감도 위에 자신이 속한 도시의 언어를 더한 것. 14년 동안 이어져 온 노앙의 정체성은 결국 이 두 감각의 조합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