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가 런웨이에 올라선 까닭

H&M의 브랜드 이미지 격상 전략과 콘텐츠 엔진으로서의 런웨이 활용.

H&M가 런웨이에 올라선 까닭

2026년 9월 런던패션위크(LFW SS27) 첫날 밤, H&M이 'H&M&YOU&I'라는 무대로 1일차의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총괄은 패션 사진 및 디지털 필름의 거장 닉 나이트(Nick Knight)와 그가 이끄는 SHOWstudio가 맡았습니다.

요지 야마모토의 아카이브부터 알렉산더 맥퀸의 역사적인 '플라토스 아틀란티스' 라이브스트림을 연출했던 디지털 런웨이의 원조가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쇼를 연출한 것입니다.

최근 모델 AI 클론 도입으로 강력한 노동권 논쟁 중심에 섰던 H&M이 '디지털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전면에 내건 무대를 선보인 배경과, 매스(Mass) 패션이 럭셔리의 무대 공식을 재해석하는 경영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자라의 '크리에이티브' vs H&M의 '이미지' 격상 전략

현재 자라(Zara)와 H&M 등 매스 패션 양강의 최고 과제는 쉬인(Shein) 등 초저가 플랫폼의 가격 압박과 위로부터의 '격상된 중간(Elevated Middle)' 시장 붕괴 속에서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 자라(Zara):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와의 파트너십, 소시 오츠키 등 저명 디자이너 캐스팅을 통해 '크리에이티브의 격'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 H&M: 닉 나이트를 기용하여 '이미지 전달 방식의 격'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요지 야마모토,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의 시각적 언어를 다듬어온 마스터마인드에게 쇼를 맡김으로써, 스텔라 매카트니 재협업과 더불어 "H&M은 싸구려가 아니다"라는 강력한 재포지셔닝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안데르손 독트린: 쇼는 이벤트가 아니라 '콘텐츠 방송국'이다

H&M의 경영진(CCO 예르겐 안데르손)은 과거 "쇼는 단순히 PR을 바라는 이벤트가 아니라, 하룻밤을 수개월 치 소셜 콘텐츠로 변환하는 방송 플랫폼"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통제와 희소성을 고수하는 럭셔리 하우스의 무대 문법과 달리, 매스 패션은 최대 배포와 디지털 파급력을 목적으로 합니다. 셀럽 위주의 단순 이벤트성이 하룻밤 화제성에 그친다면, 닉 나이트가 설계한 3D 기술·아바타·실시간 상호작용 무대는 하반기 내내 숏폼 및 리액션 영상으로 재가공되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 엔진' 역할을 수행합니다.

AI 디지털 트윈 논쟁과 런웨이의 재맥락화

H&M은 최근 모델 30명의 'AI 디지털 트윈' 제작 계획을 발표하며 영국 공연예술노조(Equity)로부터 "노동권과 생계 기반을 위협하는 바닥으로의 경쟁"이라는 강력한 반발을 겪었습니다. 비록 브랜드가 연관성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으나, AI를 '노동 대체'가 아닌 '예술적 표현'으로 다뤄온 닉 나이트의 미학을 빌려 기술 이슈를 감성적 서사로 재맥락화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한편, 이날 쇼 현장에서는 동물보호단체 PETA 활동가가 양모(Wool) 사용 반대 피켓을 들고 런웨이에 기습 난입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기술·노동권 논쟁부터 지속가능성에 대한 외부의 압박까지, 패스트패션 거인이 마주한 시대적 과제들이 집약된 무대였습니다.

그룹 차원의 하우스 계층화: COS(뉴욕) vs H&M(런던)

일주일 간격으로 전개된 H&M그룹의 패션위크 행보는 포트폴리오의 정교한 기능 분화를 잘 보여줍니다.

  • COS (NYFW): 크리스토퍼 브라이니, 조디 터너스미스 등 하이엔드 셀럽 중심의 정갈하고 세련된 상위 미니멀 문법 적용.
  • H&M (LFW): 젠Z 및 대중을 겨냥하여 기술 실험, 음악(라브린스, 김 페트라스), 파티가 결합된 참여형 서브컬처 문법 적용.TheIndustry.fashion

뉴욕과 런던의 패션위크 특성에 맞춰 자사 브랜드를 계층화하여 배치하는 운용 능력은 글로벌 럭셔리 그룹에 비견될 만큼 정밀해졌음을 증명합니다.

💡 바이어 인사이트

  1. 매스 패션 격상에 따른 중가 컨템포러리 압박H&M, 자라, M&S, 유니클로 등 대형 매스 레이블이 크리에이티브와 런웨이 품질을 대폭 끌어올림에 따라, 자체적인 가치 제안이 부족한 어중간한 가격대의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이 강력한 가격 정당화 압박을 받게 됩니다.
  2. 이벤트의 '콘텐츠 엔진'화 서식 도입리테일 매장 팝업이나 브랜드 이벤트를 기획할 때, 단발성 오프라인 방문객 유치보다 '행사 당일을 향후 수개월간 배포할 콘텐츠의 촬영일'로 설계하는 안데르손 독트린의 360도 미디어 설계를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3. AI 및 디지털 기술의 수용성 모니터링H&M의 AI 디지털 트윈 논쟁과 이를 시각적 쇼로 풀어낸 방식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여론 온도를 관찰하여, 국내 패션 및 뷰티 브랜드의 AI 화보·아바타 도입 타이밍과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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