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를 시계처럼 파는 JMM

아이웨어 시장의 판도를 흔든 자크 마리 마주(Jacques Marie Mage)의 성장 공식.

선글라스를 시계처럼 파는 JMM

Jacques Marie Mage(JMM)의 모든 선글라스에는 에디션 넘버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컬러웨이당 생산량은 단 400~800개. 다 팔리면 그 컬러의 생산은 완전히 종료됩니다. 가격대는 $600에서 최고 $1,500에 달합니다.

이들은 아이웨어 회사라기보다 희소 스니커즈를 '드롭'하거나 리미티드 워치를 다루는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컬렉터 시장은 정확히 그렇게 반응합니다.

마케팅이나 대대적인 브랜딩 없이, 소수의 채널을 통해 '아는 사람에게만' 팔며 연 매출 약 $41M(약 56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복귀 후 첫 성적표와 맞먹는 숫자입니다.

Lyst 인덱스는 JMM의 부상(수요 +34%)을 두고 "브랜딩을 넘어 내러티브와 크래프트맨십을 담은 액세서리에 대한 수요 상승"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26년 아이웨어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가장 뜨거운 독립 브랜드의 성공 공식을 해부합니다.

DITA의 유산, 수집의 문법

창업자 제롬 마주(Jérôme Mage)는 '할리우드식 스토리텔링'을 자랑하는 L.A. Eyeworks와 '일본 후쿠이 장인 생산'을 정립한 DITA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DITA eyewear

2014년 브랜드를 론칭할 당시, 시장의 주류는 가볍고 얇은 미니멀 씬(Thin) 프레임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주는 두껍고 조각적인 아세테이트 프레임으로 정면 승부를 걸었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것은 브랜드의 강력한 시그니처가 되었습니다.

Jacques Marie Mage

흥미로운 점은 JMM이 DITA와 같은 후쿠이 공방을 사용하면서도 '좋은 안경'을 넘어선 '수집품(Collectible)'의 지위를 획득했다는 것입니다. 비결은 두 가지 문법의 차이입니다.

넘버링
모든 제품에 한정판 에디션 넘버를 각인해 희소성을 시각화했습니다.

아이콘 네이밍
모든 프레임에 문화적 아이콘의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밥 딜런의 60년대 런던 공연에서 영감을 받은 'Dealan(딜런)',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이름을 딴 'Fellini(펠리니)' 등 안경 자체에 서사를 입혔습니다.

로고 대신 에디션 넘버, 아이콘의 서사, 그리고 두터운 일본산 아세테이트와 베타 티타늄이라는 소재 스펙이 $1,000짜리 가격표를 정당화합니다.

"뿌리지 않는다"

제프 골드블럼(Jeff Goldblum)과의 3번째 협업은 그가 이미 JMM을 즐겨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가 발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Jeremy Strong)과 패티 스미스(Patti Smith)와의 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JMM은 같은 모델을 시상식 레드카펫에 마구잡이로 뿌리지 않습니다. 이미 그들의 팬이면서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인물들과만 선별적으로 연대합니다.

리테일 전략도 독특합니다. 이들은 매장을 '갤러리'라 부르며, 단종된 과거 아카이브 피스와 독점 아트워크를 전시합니다. 지난 18개월 동안 밀라노, 런던, 파리를 거쳐 2025년 8월 아시아 최초로 도쿄 오모테산도에 플래그십을 열었고, 2026년 뉴욕 소호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론칭 10년 차 신생 브랜드가 벌써 '아카이브'를 매장의 핵심 자산으로 운용하는 셈입니다.

시계 시장의 평행이론

현재 아이웨어 시장은 거대한 두 축으로 쪼개져 있습니다.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나 케링(Kering)이 주도하는 '라이선스 로고 제국'과 퀄리티로 승부하는 '독립 크래프트 진영'입니다. 대량 생산 로고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점차 후자로 이동 중이며, JMM은 이 진영의 가장 압도적인 승자입니다.

이는 하이엔드 워치 시장과 정확히 평행합니다. 파텍 필립(Patek Philippe) 현행 컬렉션 프리미엄이 꺾인 사이, F.P. Journe 같은 독립 시계 제작자들이 미친 프리미엄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스마트 아이웨어가 300억 달러 규모로 커지고 흔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일본 장인이 손으로 400개만 깎아낸 한정판"의 가치는 극대화됩니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시계 산업의 '할당(Allocation)' 문법
JMM은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처럼 수주회에서 오더를 넉넉히 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롤렉스나 파텍 필립이 검증된 딜러에게 물량을 '할당'해 주듯, 전 세계의 극소수 파트너(Esteemed retail partner)에게만 제품을 허락합니다. 물건을 떼어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취급할 자격을 심사받는 것에 가깝습니다.

매장의 급을 증명하는 리트머스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테일러와 브랜드 간의 권력이 역전됩니다. 럭셔리 소비자의 눈에 "JMM을 취급하는 매장"이라는 사실 자체가 그 편집숍의 높은 감도와 자금력, 큐레이션 수준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배지가 됩니다.

아이웨어의 탈을 쓴 '자산' 플레이
400개 생산이 끝나면 절대 재생산하지 않는 룰 때문에, 인기 모델은 리셀 시장에서 정가보다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됩니다. 선글라스가 소모품이 아니라 감가상각을 방어하는 '자산'으로 취급되는 기이한 현상, 이것이 바로 JMM이 구축한 가장 압도적인 서사입니다.

💡EDITORIAL SMALL TALK


신제품이 아닌 '새로운 에디션'
2015년 데뷔 컬렉션에 등장했던 Dealan과 Molino 모델은 아직도 JMM의 간판입니다. 이들은 10년째 같은 모델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컬러웨이'만 바꿔서 한정 생산합니다. 매 시즌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완벽한 실루엣 하나를 컬러로 변주하며 수집욕을 자극하는 것. 이는 의류 브랜드보다는 롤렉스나 오데마 피게 같은 하이엔드 워치 산업의 문법입니다. 아이웨어에 시계의 판매 공식을 씌운 것, 그것이 JMM이 10년 만에 '아메리칸 럭셔리 하우스'가 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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