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제이콥스의 패션 드라마
단발성 화보를 넘어 에피소드형 드라마로 진화한 마크 제이콥스 캠페인 분석.
2026년 6월 29일,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열린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Spring 2027 쇼. 배우 로완 블랜차드(Rowan Blanchard)와 제미마 커크(Jemima Kirke)는 프런트로에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쇼가 끝난 뒤 두 사람이 똑같은 다크 버건디 컬러의 ‘씬 백(Scene Bag)’을 서로 바꿔 들고 나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미마 커크가 가방을 열자 자신의 물건 대신 세이지 완드가 들어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가방 속 소지품을 단서 삼아 뉴욕 곳곳에서 상대방을 찾아 나섭니다. 극작가이자 배우인 제레미 O. 해리스(Jeremy O. Harris)도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이 이야기는 마크 제이콥스가 8월 공개한 Fall 2026 캠페인 ‘The Swap’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는 광고보다 캐릭터와 이야기를 앞세웠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광고 대신 이야기를 이어가는 마크 제이콥스
‘The Swap’은 마크 제이콥스가 Pre-Fall 2026부터 시작한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Question Marc’의 새로운 챕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The Scene’에서는 배우 레이첼 세노트(Rachel Sennott)가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이번 ‘The Swap’에서는 두 여성이 서로의 가방을 바꿔 들면서 상대방을 상상하고 추적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두 캠페인의 공통점은 제품을 정적인 화보 안에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씬 백은 인물이 들고 있는 액세서리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시작시키는 장치로 등장합니다. ‘The Swap’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를 찾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바로 가방과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입니다.
마크 제이콥스는 이렇게 하나의 캠페인을 한 번 보고 끝나는 이미지보다 캐릭터와 다음 이야기가 이어지는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접하는 방식 역시 달라집니다. 무엇을 입었고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와 상황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기억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뉴욕이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캐스팅
이번 캠페인의 또 다른 특징은 캐스팅입니다.
로완 블랜차드와 제미마 커크는 모두 뉴욕에서 성장한 인물입니다. 서로 다른 세대와 분위기를 가진 두 사람을 한 이야기에 배치하면서 ‘뉴욕 여성’이라는 주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마크 제이콥스 역시 오랫동안 뉴욕을 브랜드 정체성의 중요한 배경으로 활용해왔습니다.
로완 블랜차드는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젊은 세대의 문화와 패션을 연결하는 인물이고, 제미마 커크는 배우이자 아티스트로 뉴욕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연극 《Slave Play》로 알려진 극작가이자 배우 제레미 O. 해리스가 카메오로 등장하며 패션뿐 아니라 연극과 문화까지 캠페인의 범위를 넓힙니다.

변화의 시점, 마크 제이콥스가 택한 스토리텔링
이번 캠페인은 브랜드의 소유구조가 바뀌는 시점에 등장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LVMH는 지난 5월 마크 제이콥스를 WHP Global과 G-III Apparel Group의 합작법인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거래가 완료되면 WHP와 G-III가 브랜드 지식재산권을 공동 소유하고, G-III는 글로벌 유통과 운영을, WHP는 라이선싱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마크 제이콥스 본인은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계속 브랜드의 창작을 이끕니다.
이 시점에서 ‘Question Marc’가 보여주는 방향도 주목할 만합니다.
Vogue Business 역시 인수 발표 직후 마크 제이콥스가 런웨이, 가방, 라이선스 상품 등 서로 다른 사업 영역을 하나의 브랜드 이야기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고, 첫 번째 마이크로 드라마 ‘The Scene’을 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즉 ‘The Swap’은 단순한 재미있는 숏필름을 넘어, 브랜드의 패션 이미지와 상업성이 높은 액세서리를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연결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이어가 참고해볼 포인트
한 시즌 동안 이어지는 콘텐츠 확인하기
‘Question Marc’는 하나의 캠페인을 단발성 이미지로 끝내지 않고 여러 챕터로 이어가는 구조입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반복 노출되는지 확인하면 상품의 마케팅 지속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곧바로 높은 판매율이나 리오더로 연결하기보다는 실제 소비자 반응과 판매 흐름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업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가 만나는 지점 보기
마크 제이콥스의 경우 실험적인 런웨이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가방·뷰티 제품 사이의 간극이 오랫동안 과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씬 백을 런웨이와 캠페인 스토리의 중심에 배치한 방식은 두 영역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으로 참고해볼 만합니다.

💡 EDITORIAL SMALL TALK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시작된 이야기
‘The Swap’의 배경이 된 Spring 2027 쇼는 6월 29일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열렸습니다. 마크 제이콥스는 정규 뉴욕 패션위크 일정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시기에 쇼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뉴욕 공립도서관과 파크 애비뉴 아모리를 반복적으로 쇼 장소로 활용해왔습니다.이번에는 실제 쇼에 참석했던 로완 블랜차드와 제미마 커크를 그대로 캠페인 속 인물로 가져오면서 런웨이에서 시작된 장면을 광고의 이야기로 이어갔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