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우 디자이너와 손잡은 KUHO

단기적인 화제성보다 브랜드의 실루엣과 소재를 확장하는 디자이너 협업의 의미.

더 로우 디자이너와 손잡은 KUHO

KUHO가 Francesco Fucci와 협업한 2026년 가을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Francesco Fucci는 더 로우(The Row)에서 약 5년간 헤드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캘빈클라인과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를 거쳐 Theory의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경력이 있습니다.

KUHO가 Fucci와의 협업을 이어가는 이유 역시 단순히 그의 이력을 활용하는 데만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지난해 두 차례 협업 컬렉션을 선보인 데 이어 2026년에는 이를 봄·여름·가을·겨울 네 시즌으로 확대했습니다. 일회성 협업보다는 브랜드가 가진 기존 미학에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지속적으로 더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Fucci가 더한 새로운 비례와 실루엣

프란체스코 Fucci의 강점은 장식을 더하기보다 옷의 비례와 소재 자체를 조정하는 데 있습니다. 그는 더 로우에서 절제된 실루엣과 소재 중심의 디자인을 경험했고, Theory에서는 새로운 실루엣과 비례, 소재를 활용해 기존 브랜드에 변화를 더했습니다.

KUHO와의 협업에서도 이러한 접근은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2026년 가을 컬렉션은 이탈리아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적인 테일러링을 중심으로 오버사이즈 점퍼, 슬리브리스 드레스, 클래식 셔츠, 테이퍼드 팬츠 등을 선보였습니다. 울과 코튼, 실크, 모헤어 등 소재의 질감을 강조하고 불필요한 장식을 줄인 것도 특징입니다.

일회성 협업에서 파트너십으로

이번 협업의 핵심은 컬렉션 그 자체보다 지속적인 파트너십에 있습니다. KUHO는 지난해 Francesco Fucci와 두 번의 협업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는 봄부터 겨울까지 4개 시즌 전체로 협업을 확대했습니다.

한 번의 한정판으로 화제를 만드는 대신, 같은 디자이너와 여러 시즌에 걸쳐 실루엣과 소재를 조금씩 발전시키는 방식입니다. 봄 컬렉션에서는 오버사이즈 재킷과 슬림 팬츠, 볼륨감 있는 점퍼와 H라인 스커트 등 대비되는 비례를 활용했고, 가을에는 구조적인 테일러링과 소재 자체의 질감을 보다 강조했습니다.

반복적인 협업 속에서도 같은 디자인을 재탕하지 않는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Fucci의 미니멀리즘과 KUHO의 기존 스타일이 섬세하게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KUHO의 미니멀리즘과 만나는 지점

KUHO는 오랫동안 절제된 컬러와 구조적인 실루엣을 중심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해온 여성복 브랜드입니다. Fucci의 디자인 방식은 이러한 KUHO의 기존 방향과 크게 충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식을 더하기보다 실루엣과 소재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이번 가을 컬렉션에서도 불필요한 디테일을 줄이고 옷의 형태와 소재 자체에 집중한 구성이 두드러집니다.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KUHO의 미니멀리즘을 조금 더 날카로운 비례와 소재로 다듬는 접근에 가깝습니다.

KUHO에게 이번 협업은 대대적인 리브랜딩이라기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니멀한 방향성을 Fucci의 시선으로 확장하는 작업으로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KUHO의 협업 전략

최근 패션 브랜드의 협업은 로고와 그래픽을 바꾸는 방식에서 점차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니멀한 여성복은 눈에 띄는 로고나 프린트보다 실루엣, 소재, 비례에서 차이가 드러납니다. 작은 패턴 변화만으로도 옷을 입었을 때의 인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핏과 소재, 상품 구성을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KUHO와 Fucci의 협업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Fucci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완전히 다른 고객을 끌어오기보다, KUHO가 이미 가지고 있는 미니멀한 언어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특히 협업이 한 시즌에 그치지 않고 여러 시즌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KUHO가 Fucci와의 협업을 단순한 화제성보다 상품과 디자인 방향을 함께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에게 익숙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시험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브랜드 안에서 조금 다른 핏과 소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바이어가 참고해볼 포인트

반복되는 협업을 하나의 신호로 살펴보기
한 번의 협업보다 같은 디자이너와 여러 시즌에 걸쳐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경우, 브랜드가 해당 디자인 방향을 단기 이벤트보다 장기적인 상품 전략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잉 시에도 첫 컬렉션의 화제성뿐 아니라 다음 시즌까지 어떤 상품과 실루엣이 이어지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을 권합니다.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와 실루엣을 함께 확인하기
미니멀한 제품은 그래픽이나 로고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차별점이 적기 때문에 실제 착용했을 때의 비례와 소재감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미지뿐 아니라 원단의 질감, 드레이프, 피팅까지 함께 확인해 본다면 상품의 차이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사이의 균형 살펴보기
디자이너 협업은 새로운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과 너무 멀어질 경우 기존 고객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KUHO처럼 기존 미학과 접점이 있는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방식은 이러한 간극을 줄이는 방법으로 참고해볼 만합니다.

다음 시즌까지 이어지는 상품에 주목하기
캡슐 컬렉션 안에서 반응이 좋은 실루엣이나 소재가 이후 메인 컬렉션에도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협업을 통해 테스트한 요소가 정규 상품으로 확장된다면, 해당 디자인이 브랜드의 장기적인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