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캠페인 이미지 변천사
셀린의 광고 사진을 통해 살펴보는 디렉터별 캠페인 미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뀌면 컬렉션만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가 어떤 인물을 선택하고, 누구에게 카메라를 맡기며, 옷을 어떤 상황에 놓는지도 함께 달라집니다.
셀린(Celine)은 이런 변화를 비교해보기 좋은 브랜드입니다.
피비 파일로는 분위기를, 에디 슬리먼은 음악과 문화를, 마이클 라이더는 움직임과 가벼운 유머를 캠페인에 끌어들였습니다.
대표적인 캠페인을 통해 세 디렉터가 셀린을 어떻게 다르게 보여줬는지 살펴봅니다.

피비 파일로
피비 파일로 시대의 셀린 광고에서는 제품만큼이나 그 옷을 입은 사람이 중요했습니다.
특히 사진가 위르겐 텔러(Juergen Teller)와 오랜 기간 협업하며 완벽하게 연출된 판타지보다 자연스러운 표정과 강한 개성을 남겨두는 이미지를 반복했습니다.

조안 디디온 — Spring/Summer 2015
2015년 셀린은 당시 80세였던 미국 작가 조안 디디온을 캠페인에 등장시켰습니다.
검은 니트와 커다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은 당시 럭셔리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젊은 모델 중심의 이미지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단순히 나이 든 여성을 모델로 기용했다기보다 한 사람이 축적해온 지성과 태도 자체를 셀린의 이미지로 가져온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피비 파일로를 대표한 얼굴
달리아 비어보위(Daria Werbowy)는 피비 파일로 시대 셀린을 대표하는 모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과한 메이크업이나 극적인 포즈보다 자연스러운 얼굴과 힘을 뺀 자세가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옷으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그 사람이 가진 분위기를 남겨두면서, ‘셀린을 입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데 가까운 캠페인이었습니다.

에디 슬리먼
에디 슬리먼은 셀린에서 캠페인 상당수를 직접 촬영하거나 연출했습니다.
특히 날카로운 흑백 포트레이트와 뮤지션, 유스컬처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사진과 음악 취향을 셀린이라는 브랜드 안에 강하게 연결했습니다.

음악가 자체가 광고가 되다
줄리안 카사블랑카스(The Strokes), 케빈 파커(Tame Impala), 밥 딜런 등 여러 세대의 뮤지션이 에디 슬리먼의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셀린의 옷은 주인공이라기보다 뮤지션이 가진 이미지의 일부처럼 등장합니다.
패션 브랜드가 음악 문화를 가져다 쓰는 것을 넘어, 음악가와 음악 문화 자체를 셀린의 세계 안으로 끌어들인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LISA × CELINE
블랙핑크 리사는 2020년 셀린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됐고, 에디 슬리먼이 직접 촬영한 이미지에도 등장했습니다.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가진 K-POP 아티스트가 셀린의 얼굴이 되면서 브랜드가 기존 패션 소비자를 넘어 젊은 글로벌 대중문화와 접점을 넓혀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습니다.
리사의 발탁만으로 셀린의 상업적 성과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에디 슬리먼 시대가 패션과 음악, 셀러브리티 문화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연결했는지는 잘 보여줍니다.

마이클 라이더
마이클 라이더는 과거 피비 파일로 시절 셀린에서 약 9년 동안 근무한 뒤, 2025년부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셀린을 이끌고 있습니다.
아직 그의 셀린을 하나의 공식으로 정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공개된 캠페인에서는 에디 슬리먼 시대의 강한 흑백 이미지에서 벗어나 컬러와 자연광, 움직임과 가벼운 유머가 있습니다.

Spring 2026 — 셀린에 다시 들어온 컬러
마이클 라이더의 첫 셀린 캠페인은 사진가 조에 게르트너(Zoë Ghertner)가 촬영했습니다.
에디 슬리먼 시대에 익숙했던 흑백 이미지와 달리 강한 컬러가 전면에 등장했고, 피비 파일로 시대의 대표 가방이었던 Luggage도 새로운 형태로 다시 소개됐습니다.
과거 셀린을 완전히 지우기보다 익숙한 브랜드의 코드를 다시 꺼내 조금 다른 표정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Hiver 2026
이번에 공개된 Hiver 2026 캠페인에서는 클래식한 셀린의 착장을 입은 인물들이 농구 코트에서 움직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농구 자체보다 옷을 어디서 보여줬는입니다.
단정한 슈트와 구두를 정적인 공간에 세워두는 대신 활동적인 스포츠의 공간에 배치하면서 클래식한 옷을 조금 덜 엄숙하게 보여줍니다.
최근 라이더가 셀린에 더하고 있는 움직임과 가벼운 유머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가운데 하나로 읽어볼 수 있습니다.

결국 달라진 것은 ‘무엇을 먼저 보게 할 것인가’
세 디렉터의 캠페인을 비교하면 차이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피비 파일로는 인물을 보여줬습니다.
조안 디디온과 달리아 비어보위처럼 인물 자체가 가진 성격과 태도가 셀린을 설명했습니다.
에디 슬리먼은 문화를 보여줬습니다.
록 뮤지션과 K-POP 스타, 자신의 흑백 사진을 통해 셀린을 음악과 유스컬처의 세계로 확장했습니다.
마이클 라이더는 옷을 입는 상황을 바꾸고 있습니다.
컬러와 자연광을 다시 들이고, 과거의 제품을 새롭게 꺼내고, 포멀한 셀린을 농구 코트 위에 올려놓습니다.
세 시대에 동일한 광고 공식이 유지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제품 자체를 설명하기보다 사람과 문화, 행동을 통해 브랜드를 먼저 이해시키려 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