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 공백을 채우는 협업 구조

디렉터 공백기와 협업 구조를 통해 살펴보는 브랜드 운영 방식.

디렉터 공백을 채우는 협업 구조

8월 31일, 오프화이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브 카마라와 결별했습니다. 아직 후임자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브랜드에는 이미 다른 방식의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10×10: Off-White Icons Reimagined’​입니다. 티셔츠, 백, 스니커즈, 후디 등 10개 카테고리를 키드 커디, 라울 로페즈, 아바 니루이 등 10명의 크리에이터에게 하나씩 맡겼습니다.

한 사람이 브랜드 전체를 이끄는 대신 여러 크리에이터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방식입니다. 새로운 시도는 아닙니다. 장 폴 고티에와 몽클레르 역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 명의 디렉터에게 집중되던 크리에이티브를 여러 사람과 나눠왔습니다.

장 폴 고티에 — 디자이너 8명을 거쳐 다시 한 명으로

장 폴 고티에는 창업자가 런웨이에서 은퇴한 뒤 매 꾸뛰르 시즌 다른 디자이너에게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맡겼습니다. 아베 치토세, 글렌 마틴스, 하이더 아커만, 시몬 로샤 등 8명의 디자이너가 각자의 방식으로 고티에를 다시 해석했고, 같은 브랜드가 매 시즌 전혀 다른 얼굴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영구적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2025년 고티에는 뒤란 란틴크를 정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했습니다. 여러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브랜드를 계속 환기한 뒤, 다시 한 명의 디렉터를 중심으로 방향을 잡은 셈입니다. 다양한 해석으로 새로운 관심을 이어왔다면, 이후에는 하나의 일관된 정체성을 쌓는 단계로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몽클레르 — 여러 디자이너와의 협업

몽클레르는 다른 방식을 택했습니다. 2018년 시작한 Moncler Genius는 시몬 로샤, 크레이그 그린, 히로시 후지와라, 팜 엔젤스 등 서로 다른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브랜드 안에 불러들였습니다. 각자의 디자인 언어와 팬덤을 가져오면서 몽클레르가 만날 수 있는 문화와 소비자도 함께 넓어졌습니다.

중요한 차이는 Genius가 몽클레르 전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대신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Genius라는 별도의 영역에서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협업했습니다. 여러 사람의 시선을 브랜드 전체에 적용하기보다 하나의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운영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프화이트 10×10은?

오프화이트는 현재 이 두 모델 사이에 있습니다. 10×10이 고티에처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들어오기 전까지 브랜드의 관심을 이어주는 과도기적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고, 몽클레르 Genius처럼 이후에도 별도의 협업 플랫폼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터가 한 명인지 열 명인지보다 브랜드의 방향 자체를 여러 사람에게 맡길 것인지, 정체성은 유지한 채 새로운 시선만 더할 것인지​입니다.

일관성은 정체성을 만들고, 다양성은 접점을 넓힌다

여러 명의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면 하나의 브랜드가 서로 다른 문화와 소비자를 빠르게 만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디자이너가 들어올 때마다 새로운 팬덤과 스타일, 이야기가 함께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 명의 디렉터가 오랜 시간 브랜드를 이끌면 반복되는 디자인과 이미지가 하나의 시그니처로 축적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여러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은 기존 CD 체제를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전략으로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오프화이트가 앞으로 한 명의 디렉터를 중심으로 다시 방향을 잡을지, 여러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이어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 패션 비즈니스 인사이트

브랜드 — 중요한 것은 몇 명에게 맡기느냐보다 어디까지 맡기느냐입니다. 브랜드 전체의 정체성까지 계속 바꾸기보다 특정 제품이나 프로젝트 단위로 영역을 나누면 여러 개의 목소리를 활용하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케터 — 여러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새로운 커뮤니티로 들어가는 입구가 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크리에이터가 각자의 팬덤과 문화를 함께 가져오기 때문에 브랜드가 새로운 소비자와 만날 접점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바이어 — 이런 프로젝트는 브랜드보다 협업 단위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여하는 크리에이터에 따라 디자인과 소비자 반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전 시즌의 브랜드 판매 흐름보다 ​협업 디자이너의 기존 고객층과 상품 반응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더 유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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