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가 풀어낸 발음기호 패션

다른 산업 분야로 브랜드 영역을 넓히는 가장 영리한 홍보 전략

듀오링고가 풀어낸 발음기호 패션

이번 뉴욕 패션위크(NYFW)에서 흥미로운 방식으로 등장한 컬렉션 하나는 뜻밖에도 패션 하우스가 아닌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Duolingo)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디자이너 메건 오케인(Megan O’Cain)과 협업해 선보인 7피스 캡슐 컬렉션 *'The Phonetic Collection'*의 겉모습은 평범한 스포츠웨어나 테일러링 피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위에는 럭셔리 하우스의 로고 대신 "air-mess"(에르메스), "zhee-vahn-shee"(지방시) 같은 발음 표기가 퍼프 페인트와 3D 프린팅 자수로 큼직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듀오링고가 뉴욕 패션위크 한복판에 팝업을 열고 이 옷들을 가져온 근거는 자체 설문 데이터 한 줄이었습니다. 미국인의 62%가 "에르메스(Hermès)를 발음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정답률은 15%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한정판 컬렉션을 돈으로만 얻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일부 피스는 팝업 응모 과정에서 현금 대신 유저가 앱에서 매일 학습을 이어온 연속 기록으로 쌓은 포인트를 활용했습니다.

수많은 비패션 브랜드의 패션위크 진입이 단순한 로고 노출에 그치는 가운데, 듀오링고는 자신의 서비스와 패션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접점을 하나의 캠페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브랜드 발음 문제를 해결한 듀오링고

식음료나 자동차 브랜드가 패션위크에 진입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은 유명 셀럽이나 로고를 활용해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패션위크에 등장해야 하는 이유까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듀오링고는 패션 문화 내부에 존재하던 작은 마찰, 즉 럭셔리 브랜드명을 발음할 때 느끼는 어려움을 포착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자신들의 본업인 언어 학습이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었습니다.

"62%가 안다고 했지만 15%만 맞혔다"는 자사 데이터는 듀오링고가 왜 패션위크에 등장했는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장치가 됐습니다. 짝퉁 시장으로 유명한 뉴욕 카날 스트리트(Canal Street)에 OOH 광고를 집행한 것 역시 '진짜와 가짜, 아는 것과 아는 척'이라는 캠페인의 메시지를 미디어 선정까지 확장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돈이 아닌 커뮤니티 헌신도가 화폐가 되는 드롭

이 캠페인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옷의 디자인보다 그것을 구매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팝업 방문자들은 지갑을 열어 돈을 내는 대신, 자신이 듀오링고 앱에서 쌓아온 포인트를 활용해 일부 피스의 응모에 참여했습니다.

포인트는 사용자가 앱에서 학습을 얼마나 꾸준히 이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듀오링고는 이처럼 앱 안에서 축적되는 행동을 실제 오프라인 경험의 참여 조건으로 바꿨습니다.

결국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앱에서의 사용자 행동을 오프라인 이벤트 참여로 연결한 것입니다. 패션위크라는 외부 무대에서도 듀오링고의 핵심 서비스 경험을 이어간 셈입니다.

발음기호를 패션으로

브랜드명의 발음을 기호로 풀어내는 아이디어는 자칫 해당 럭셔리 하우스나 문화를 희화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듀오링고는 웃음의 대상을 특정 하우스가 아닌, 어려운 외국어 발음 앞에서 당황하는 우리의 경험에 두었습니다.

또한 브랜드 로고를 직접 사용하는 대신 발음 표기를 활용하면서, 각 하우스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도 어떤 브랜드를 가리키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넷플릭스 'Next in Fashion' 출신 디자이너 메건 오케인의 퍼프 페인트와 3D 자수 등 수공예 디테일을 더해, 언어 학습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를 실제 패션으로 구현했습니다.

신진 디자이너 메건 오케인

이번 캡슐은 넷플릭스 'Next in Fashion' 시즌 2 출신 뉴욕 디자이너 메건 오케인(Megan O’Cain)과의 협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오케인은 특유의 위트 있는 곡선 실루엣과 감각적인 텍스처, 디테일한 수공예 마감(퍼프 페인트, 3D 자수)으로 주목받는 신예입니다.

듀오링고가 패션위크에 진입할 때 무겁고 고착화된 기성 하우스 대신, 서사가 유연하고 독창적인 감각을 지닌 신진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 기용하는 방식은 브랜드의 유쾌한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선택이 됩니다.

💡 EDITORIAL SMALL TALK

다른 산업 분야에서 브랜드 영역을 넓히는 영리한 홍보 전략
듀오링고의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패션위크에 진입한 것 자체가 아니라, 패션 안에 이미 존재하던 문제를 자신의 언어로 다시 정의했다는 데 있습니다. 발음이라는 작은 불편을 콘텐츠로 만들고, 앱의 기능을 오프라인 경험으로 연결하면서 패션위크를 단순한 노출의 공간이 아닌 브랜드 경험의 장으로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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