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B의 빅터앤롤프 완전 인수
18년 만에 Viktor & Rolf를 완전 인수한 OTB 그룹. 렌초 로소의 경영 철학과 아방가르드 쿠튀르 수익 모델 분석.
"저는 브랜드의 미래를 10년 단위로 생각합니다.
디렉터를 축구 선수처럼 팀 간에 돌려쓰는 지금의 업계 관행은 틀렸습니다."
디젤(Diesel)로 시작해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마르니(Marni), 질 샌더(Jil Sander)를 거느린 패션 제국 OTB(Only The Brave)의 창업자 렌초 로소(Renzo Rosso).

그가 지난 2026년 6월 4일, 아방가르드 오트 쿠튀르 메종 빅터앤롤프(Viktor & Rolf)의 남은 지분 30%를 사들이며 지분 100% 완전 인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무려 18년이 걸린 여정이었습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하우스를 단숨에 먹어 치우고 디자이너를 소모품처럼 갈아치우는 거대 럭셔리 공룡들과 철저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OTB의 비즈니스 룰과 이번 인수의 전략적 의미를 분석합니다.

18년의 인내
2008년 지분 51% 확보를 시작으로, 2019년 70%를 거쳐 2026년 마침내 100%를 달성하기까지. OTB가 18년 동안 빅터앤롤프를 대하는 태도는 명확했습니다.
"서두르지 않는다."
렌초 로소의 인내심은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과거 몰락했던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를 마르지엘라로 영입하기 위해 2년 동안 수시로 밥을 먹으며 그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번 100% 완전 인수 역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계약 갱신이 먼저였습니다. 2025년 창립자 빅터 호스팅과 롤프 스뇌렌의 5년 CD 연장 계약을 확정 지어 '크리에이티브의 연속성'을 완벽하게 보장한 뒤에야, 기업의 완전한 소유권을 넘겨받았습니다.
자본이 예술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예술의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주는 렌초 로소 특유의 경영 방식입니다.

황금 수익 모델
빅터앤롤프는 기이한 실루엣과 개념적 도발을 일삼는 '패션 실험실'로 불립니다. 대중적인 판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하우스를 렌초 로소가 18년이나 품은 이유는 이들의 확고한 상업적 캐시카우 구조 때문입니다.
빅터앤롤프는 패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향수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플라워밤(Flowerbomb)'과 '스파이스밤(Spicebomb)'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런웨이에서는 타협 없는 아방가르드 쿠튀르로 문화적 권위와 신뢰(Credibility)를 획득하고, 실질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은 대중적인 향수와 아이웨어 등 뷰티/액세서리 라인에서 창출하는 완벽한 수익 모델입니다. 이는 OTB가 마르지엘라를 통해 이미 수차례 증명해 낸 '아방가르드 철학 + 향수 수익'의 구조와 완벽히 일치합니다.

완성된 포트폴리오
이번 인수로 OTB는 LVMH나 케어링(Kering) 그룹과는 확연히 다른 '실험적 럭셔리 파워하우스'로서의 진형을 완성했습니다.
- 대중적 접근성의 디젤(Diesel)
- 해체주의의 정점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 컬러풀 아방가르드 마르니(Marni)
- 극도의 미니멀리즘 질 샌더(Jil Sander)
- 개념적 실험실 빅터앤롤프(Viktor & Rolf)
LVMH가 최고급 럭셔리(Dior, Louis Vuitton), 케어링이 메가 트렌드(Gucci, Balenciaga)에 집중할 때, OTB는 철저히 '다름과 실험'에 베팅합니다. 특히 마르지엘라와 빅터앤롤프라는 가장 급진적인 두 개의 오트 쿠튀르 하우스를 동시에 운영하게 됨으로써, 글로벌 럭셔리 마켓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크리에이티브 특화 포지션을 확고히 했습니다.

바이어 주목 포인트
OTB 산하 브랜드들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디렉터 고유의 '관점'을 제안합니다. 이들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큐레이션하기 위해 주목해 볼 만한 핵심 포인트입니다.
접근성 높은 '컨셉추얼 뷰티 및 액세서리'
의류보다 가격 장벽이 낮으면서도 하우스의 정체성이 듬뿍 담긴 빅터앤롤프의 시그니처 향수(플라워밤, 스파이스밤)나 아이웨어 라인은 훌륭한 브랜드 진입점이 됩니다. 매장의 분위기를 환기하면서도 가볍게 제안하기 좋은 영리한 서브 카테고리입니다.
스타 디렉터들의 시그니처 피스
마르지엘라의 글렌 마틴스, 질 샌더의 시모네 벨로티 등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디렉터들의 대표 아이템에 주목해 보세요. 이들의 해체주의적 데님이나 정교한 테일러링 재킷처럼 브랜드의 미학이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핵심 아이템 위주의 구성이 효과적입니다.
투명성을 담은 지속가능한 아이템
OTB는 글로벌 패션 연합(Fashion Pact) 가입 및 친환경 공정 내재화 등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그룹입니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감도 높은 고객들을 위해, 친환경 원사나 재활용 패브릭을 활용한 캡슐 라인업을 큐레이션의 한 축으로 섞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에디토리얼 스몰 토크
자본이 크리에이티브를 대하는 태도
디자이너가 실적을 내지 못하면 단 두세 시즌 만에 해고당하는 패션계에서, 렌초 로소는 자신이 고용한 CD를 최소 10년의 호흡으로 지켜봅니다. "나는 살면서 단 한 장의 옷도 디자인한 적이 없다. 그저 놀라운 디렉터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지원할 뿐이다"라는 그의 말은 2024년 18억 유로(약 2조 6천억 원)라는 매출로 증명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