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션위크 시작을 연 브랜드 4

SS27 파리 패션위크 첫 48시간 분석. 브랜드별 관점 포인트 정리.

파리 패션위크 시작을 연 브랜드 4

이번 시즌 파리 패션위크(PFW)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환호하던 스펙터클의 시대를 지나, 첫 48시간을 관통하는 진짜 관전 포인트는 "브랜드가 정체성을 어떻게 증명해 내는가"로 이동했습니다.

월요일 오후, LVMH 그랑프리 수상 24일 만에 개막 슬롯에 선 줄리 케글스(Julie Kegels)부터, 디올에서 2년차를 맞이한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의 디올(Dior), 디젤과 작별한 후 돌아온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의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그리고 배의 돛으로 럭셔리를 재해석한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Ellen Hodakova Larsson)까지.

파리 패션위크의 문을 연 네 가지 핵심 컬렉션 주제, 디자인 특징, 그리고 바잉 인사이트를 분석합니다.

Julie Kegels — 중력을 거스르는 형태와 유희

2024년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한 안트베르펜 왕립예술학교 출신의 줄리 케글스는 통산 여섯 번째 컬렉션이자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PFW 공식 개막 슬롯을 부여받았습니다.

  • 컬렉션 주제: 'Apple of the Day'뉴턴의 사과에서 모티프를 얻어 "낙하(falling in all its forms)"라는 물리적·정서적 개념을 케글스 특유의 위트와 해학으로 풀어냈습니다.
  • 디자인 특징: 사과라는 대중적인 기호를 사선 컷아웃, 불균형한 드레이핑, 비대칭 피티드로 재해석했습니다. 옷자락이 흘러내리거나 중력에 끌려 내려간 듯한 비대칭 헴라인, 과일의 곡선을 형상화한 하이 넥 구조와 라운드 숄더 실루엣이 돋보였습니다. 안트베르펜 계보다운 구조적 해체주의 위에 위트 있는 과일 프린트와 패치워크 디테일을 얹어 브랜드 특유의 이중적 미학을 완성했습니다.

Christian Dior — 아카이브의 도구화와 실용적 해체

이번 PFW 무대에 서는 주요 하우스의 디렉터들은 모두 '데뷔 시즌의 프리미엄'이 소멸한 상태입니다. 이제 시장의 평가 기준은 외부와의 화제성이 아닌 '지난 시즌의 자기 자신'과의 비교로 전환되었습니다. 디올의 화요일 최선두 슬롯을 맡은 조나단 앤더슨은 정교한 아카이브 재해석을 보여주었습니다.

  • 컬렉션 주제: 'Archival Utility & Soft Structure'디올의 장대함(Grandeur)을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 럭셔리로 변환하며, 전통 유산과 현대적 단품(Separates)의 레이어링 결합을 다루었습니다.
  • 디자인 특징: 하우스의 상징인 '바 재킷(Bar Jacket)'의 조각적인 허리 라인을 기둥 형태가 아닌 유연하고 소프트한 구조로 완화했습니다. 코튼 Poplin 셔츠와 카고 스타일의 트라우저 위로 해체된 브라 톱과 아카이브 스커트 패브릭을 레이어링하는 '부품화(Modular)'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오뜨 꾸뛰르적 볼륨을 덜어내는 대신, 섬세한 인타르시아 니트, 유연한 레더 라펠, 미니멀한 버클 디테일을 적용해 당장 착용 가능한 고급스러운 실용성을 극대화했습니다.

Maison Margiela — 상업적 익명성

9월 22일 밀라노에서 디젤(Diesel) 고별 쇼를 마친 글렌 마틴스가 불과 7일 만에 파리에서 마르지엘라의 런웨이를 올렸습니다. 지난 시즌 상하이 원정을 마치고 본진으로 복귀한 이번 쇼는 꾸뛰르의 전위성을 기성복의 맥락으로 번역해 냈습니다.

  • 컬렉션 주제: 'Deconstructed Anonymity (해체된 익명성)'창업자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근본적 코드인 익명성, 마스크, 해체주의를 2000년대 언더그라운드 레이브 및 스트리트 기류와 결합했습니다.
  • 디자인 특징: 꾸뛰르 쇼에서 입증된 플라스틱 드레이핑과 주얼톤 실루엣이 기성복 트렌치코트와 가죽 재킷 위로 볼륨감 있게 이식되었습니다. 어깨 선이 뒤틀린 인더스트리얼 테일러링, 시어한 패브릭을 불규칙하게 덧댄 마스크 및 헤드웨어, 소재를 사선으로 찢어 재봉한 디스트레스드 패턴이 중심을 이뤘습니다. 특히 브랜드의 핵심 자산인 타비(Tabi) 라인업에 날카로운 클로(Claw) 형상 및 패브릭 질감 변형을 가해 신규 슈즈 카테고리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HODAKOVA — 돛으로 지은 옷

2024 LVMH 프라이즈 위너이자 스톡홀름 기반의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은 업사이클링을 단순한 캠페인이 아닌 '최상위 럭셔리 미학'의 반열로 끌어올린 디자이너입니다.

  • 컬렉션 주제: 'Sails & Structures (돛과 구조)'실제 해양에서 사용되던 거대한 배의 '돛(Sails)'과 발수 왁스드 패브릭을 메인 아카이브 소재로 채택해 유산과 수공예의 경계를 탐구했습니다.
  • 디자인 특징: 런웨이는 시어한 발수 왁스드 클로스(Waxed Cloth) 피스로 시작해, 풍랑의 흔적이 남은 실제 캔버스 돛을 정교하게 패턴팅한 룩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돛의 아일렛(황동 구멍), 튼튼한 리깅 로프, 스티치 라인을 드레스의 햄라인과 바디스 장식으로 가공했습니다. 기존의 가죽 벨트 드레스 작업을 한층 발전시켜, 거친 돛 패브릭을 아틀리에의 입체 드레이핑 기술로 가공하여 우아하고 조각적인 아워글래스 실루엣의 드레스와 아우터로 변환했습니다.

💡 EDITORIAL SMALL TALK

파리 패션위크 첫 48시간을 관통하는 관전 포인트는 각 브랜드가 선택한 ‘증명의 방식’에 있습니다. 케글스는 속도감 있는 위트와 형태적 유희로(사과의 낙하), 앤더슨은 흔들림 없는 일관성과 모듈러 디자인으로(아카이브의 도구화), 마틴스는 몰입도 높은 스펙터클로(다크 해체주의), 호다코바는 소재 고유의 서사성으로(돛의 재구축) 자신만의 입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단순한 일회성 화제성 이상으로, 실제 매장에서의 ‘재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한 세일즈 잠재력’을 다각도로 살피는 것이 이번 PFW 오더와 라인업 큐레이션을 점검하는 유용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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